수원 근대 인문기행 - 농업혁명의 길을 걷다
수원 근대 인문기행의 마지막 코스는 농업을 주제로 한 "농업혁명의 길을 걷다"입니다.
이 코스는 수원 서부권역에서 이어져 온 우리나라 농업 및 농업 연구의 역사를 보여주며, 여기산과 축만제(서호)를 둘러보고 서호천을 따라 수원 사람들의 옛 이야기를 따라가는 7.3km의 여정입니다.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코스는 산과 물, 나무와 풀꽃, 다양한 생명들로 가득 차 있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롭습니다.
여기산~항미정
앞서 진행된 3개의 인문기행 코스가 수원화성과 구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했다면, 네 번째 코스는 산에서 시작됩니다.
출발점인 여기산(104.8m)은 구릉에 가까운 야트막한 산이지만, 선사시대 농경문화의 발상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된 발굴작업에서 난방과 지붕 구조물이 발견되었으며, 검게 탄 볍씨를 통해 서둔동 일대에서 이미 선사시대부터 벼농사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산길을 따라 오르면 정조대왕 시절 수원화성 성벽을 위해 돌을 뜨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고, 한국 농업의 거인들이 잠든 '우장춘박사 묘역'도 만날 수 있습니다.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와 함께 초대 농촌진흥청장 정남규, 제5대 청장 김인환이 영면해 있습니다.
여기산 아래 위치한 '구 농촌진흥청'은 2014년 전북 전주로 이전하기 전까지 50년 넘게 한국 농업 연구와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이 일대의 농업 연구 역사는 정조대왕의 농업 진흥 정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조대왕은 농업 발전을 위해 축만제를 조성하고 황무지를 개간해 논밭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권업모범장이 설치되었고, 해방 후 미군정 아래에서 중앙농사시험장과 농사개량원으로 운영되었으며, 1962년 농촌진흥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축만제(서호)는 '천년만년 만석의 생산을 축원한다'는 뜻으로 명명되었으며, 1799년 완공 이후 수원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도심 속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축만제둔(서둔)에서는 장용영 군사들과 백성들이 농사를 지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축만제 남서쪽 끝에는 '항미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831년 화성유수 박기수가 축만제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지은 이곳은 수원시 향토유적 제1호이자 경기도문화재자료 제19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특히, 수원팔경 중 하나인 '서호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앙카라학교공원~서둔야학
여기산과 축만제를 충분히 둘러본 후 서호천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수원에서 농업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근대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서호초등학교 일대는 '벌터'로 불리며, 긴 공원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앙카라학교 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농촌진흥청에 주둔했던 터키군이 전쟁고아들을 위해 세운 학교와 고아원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입니다.
터키군의 인도적 지원을 기억하기 위해 수원시는 이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했으며, 영화 '아일라'의 모티브가 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서호천 건너편에는 '서울농대'와 '경기상상캠퍼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농대의 전신이었던 이곳은 해방 후 한국 농업 연구를 주도했으며,
지금은 일부 공간이 농생명과학 창업지원센터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상상캠퍼스로 재탄생해 지역 주민과 예술가들에게 창의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거 수원이 딸기의 고장이었음을 상기시키는 '푸른지대'는 1955년 서울농대의 지도로 신품종 딸기가 재배되던 농장이었습니다. 한때 수도권 대표 유원지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기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푸른지대 아래 '탑동시민농장'은 현재 수원시민을 위한 텃밭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약 1,800개의 텃밭이 조성되어 시민들이 직접 농업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탑동시민농장의 남쪽 끝에는 '서둔야학'이 있습니다.
1965년 서울농대 학생들이 세운 이 야학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1983년까지 운영되었습니다.
비록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당시의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농업혁명의 길을 걷다"는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수원 근대 농업사의 중요한 유산을 간직한 곳입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농업 기관들은 이전했지만, 여기산과 축만제는 여전히 농업 혁명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민들이 이 공간을 즐기면서도 수원의 근현대 농업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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