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커버린 새들을 위한 작은 둥지, 행궁동 독립서점 큰새
비가 오는 어느 날, 오랫동안 마음속에 아껴두었던 행궁동의 독립서점 ‘큰새’를 찾았다. 지하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문을 열기도 전에 퍼지는 인센스 스틱의 묵직한 향이 먼저 나를 맞이한다.갓 구운 빵집 앞을 스칠 때처럼, 그 향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계단을 내려가며 벽에 붙은 ‘인사하기’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버선발로 손주를 반기는 할머니의 미소처럼, 이곳은 처음부터 따뜻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늑한 다락방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가지런히 정돈된 책장과 사장님의 취향이 묻어나는 가구, 소품들이 공간을 감각적으로 채우고 있다. 어디에 앉아도 좋을 테이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딱 좋은 소파와 의자, 곳곳에 놓인 식물과 조명까지, 모든 것이 조용히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