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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국

▲ 카타르, 도하공항

 

나는 기꺼이 고고학자가 되어, 2014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나의 기억 속을 산책한다.

아날로그, 혹은 디지털방식으로 여기저기 흩어진 기억의 편린에서 맴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내가 내린 결론은 '티스토리 보관'이다.  

대학교와 자매교류에 있는 영국의 한 대학('Bangor University')로 교환학생을 갔다. 

2014년 9월 15일 초가을 쌀쌀한 인천공항의 밤, 나는 복잡한 심정으로 비행길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가격에 가고자, 제3국인 카타르, 도하공항을 경유하는 항공기를 탔다.

남아있는 기억의 흔적은 저 사진 1장이다. 구글에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격납고'로 나온다...

 

 

▲ 맨체스터 공항 노숙

 

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하였다. 당시 공항은 추웠다. 

인천공항에 비해 굉장히 허름했다.

당시 호텔이나 숙소에 묶기는 시간이 애매하고, 학교방문자가 내일 온다고 하여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영화 '터미널'처럼 공항노숙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 날이 밝은 맨체스터 공항

 

쪽잠을 자고 나니 날이 밝았다.

학교 관계자를 만나고, 뱅거대학교로 향했다. 

뱅거는 웨일즈의 북서쪽에 위치하였다. 

아직도 웨일즈어(Welsh)를 쓰는 사람이 있을정도로, 자부심이 강하고 독립성향이 강하다. 

아일랜드 여행을 갔을 때, 북웨일즈에서 왔다고 하니까, '힘들었겠구나...'라고 위로하던 아일랜드인들이 생각난다.

 

▲ Bangor

 

뱅고어(영어: Bangor, 웨일스어: Bangor 반고르 [ˈbaŋɡɔr])는 영국 웨일스 북서부 귀네드의 도시, 그레이트브리튼 섬에서 가장 소규모 도시에 속함.

2011년 조사에 따르면, 뱅고어 대학교의 학생 약 1만 명을 제외하면 총 인구는 17,575명이다.

인구의 측면에서 뱅고어의 규모는 웨일스에서 36번째에 불과하지만, 웨일스에 있는 단 6개의 도시 중 하나로 분류된다

 

구글맵에 'Bangor'로 검색하면, 미국과 영국이 나온다. 그 중 나의 20대 중반이 머무르고 있는 곳은 영국이다. 

한국어 발음으로 '뱅거/뱅고어' 쯤으로 읽히는 것 같다. 

다만,  뱅거 현지인들은 북웨일즈인으로 맨체스터쪽과 같이 'a' 발음을 그냥 [아]라고 읽는다. 예를들면 'apple'은 [아플] 혀를 굴리지도 않는다.  

여기선 'Bangor'를 굳이 한국어발음으로 표기하자면 [반고↗ㄹ-으↘] 정도가 되는 것 같다. 

 

2. 뱅거 대학교 (Bangor University)

 

 

 

▲ Bangor University 

▲ 도서관

 

첫 인상은 고풍스러운 호그와트 같은 건물 같았다. 

특히 도서관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는 체험하지 못한 공간이였다.

정말 오래된 고서들이 많았고, 현대식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쾌적했고 고서가 주는 향은 세월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그리고, 기숙사 또한 깔끔하고, 학생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어서 좋았다. 

 

 

▲ 웰컴시즌 (2014-09-21)

 

웰컴시즌이다. 새 학기를 알리며, 학교 곳곳에서는 축제를 연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축제에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유교식 생활과 눈에 띄는 행동은 지양할 것을 배워온 우리에게는 낯선 모습이였다.

그곳에는 '한국인 문화 소사이어티'도 있어, 새로운 국적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학교 근처의 해안가를 걸었다.

한국으로 치자면, '뱅거'는 '통영시'와 같았고, 그 옆에 있는 '앵글시 아일랜드'는 '거제도'와 같았다.

추억보정의 힘인지, 이 때 제일 행복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후에 이사를 간 다른 기숙사에서는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였다.

 

 

물가도 서울과 비교했을 때 비싼 편이 아니었다. 위에 있는 스테이크세트와 맥주은 1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다.

생수보다 맥주가 쌌던 것 같다. 게다가 수돗물은 석회질이었기에, 'BRTIA' 필터를 이용해 정화하거나, 마트에서 구매해 마셨다.

장을 봐도, 훈제연어 1인분 £4~6, 소고기 1인분 (Rumpsum 기준) £4, 바나나 한 다발 £3, 식빵 1봉지 £1 등 서울보다 낮거나 비슷한 물가수준이었다.    

 

 

▲ 당시 시간표 

 

학기가 시작하고, 약 3주 간은 학교적응기간인지, 수업은 O.T조차 없었고, 학교에서 주최하는 관광투어, 동아리활동 등이 많았다.

뱅거대학의 수강신청 방식은 특이하였다. 온라인으로 개설과목을 확인한 후, 해당 교과 사무실에 방문하여 직접 이름을 직고 서명을 해야했다. 

책임감이 들 수 밖에 없었고, 우리나라처럼 수강신청 매매를 하는 비도덕적인 행위도 방지할 수 있었다.

다양한 수업이 있었고, 전공과목은 한국에서 지겹게 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였다.

초기 수강신청한 과목은 위와 같다. 

'Drawing in the museum' 수업은 첫 수업 이후 인원미달로 폐강되었다. 

첫 수업은 O.T도 없이 다짜고짜 '누드크로키'였다.  

한국에서의 수업처럼 차근차근히 단계별로 배워나가는 과정이 아니었다. 

 

3. 카누

 

▲ 카누폴로 클럽 (2014-09-28)

 

영국에서 배운 새로운 첫 취미였다. 

한국에서 취미를 이어가고 싶어서 동호회 검색을 했지만, 카누폴로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었고, 개념조차 생소해보였다.

물과 함께라서 시원하였고, 수영장에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 4계절 내내 가능했다.

정적인 카누클럽(2번째 사진)과 달리, 날렵한 카약에다 수구를 접목시킨만큼 게임의 속도는 빨랐고 흥미진진했다.

게다가 카약에서 골대를 향해 공을 던질 때 균형을 잡아야하는 만큼 더 아슬아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