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관람을 마치고 건물 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건물 안쪽에는 아름다운 무릉도원이 숨어있었습니다.
북악산 산허리로 짙게 깔린 비구름이 운치를 더해주었습니다.
석파정(石坡亭)
'물과 구름이 감싸 안은 집'이라 명명된 석파정(石坡亭)은 조선의 왕이 선택한, 왕의 공간입니다.
굴곡진 역사의 흐름과 비바람을 견뎌낸 노송과, 건축물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지닌 존귀한 공예품 같은 집입니다.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은 이곳을 행전이나 행궁 시 임시거처로 사용하며 신하들과 함께 국정을 논의하였습니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빼어난 산수와 계곡. 궁극의 절경 앞에 자신을 겸허하게 내려놓았습니다.
거센 빗속 방문할 이가 하나 없겠지만 사랑채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고종이 되어봅니다.
곁을 지켜주던 이들은 하나둘씩 떠나가고 모리배들만 늘어가는 조정을 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요?
그가 듣던 소나기는 경쾌한 빗소리였을까요, 아니면 구슬픈 곡소리였을까요?
사랑채 옆에는 늙은 노송인 천세송이 있습니다.
그의 나이는 650세로 추정됩니다. 조선왕조 500년을 지켜본 역사의 증인이자 동료였습니다.
사람들이 앉아 비를 피하는 곳은 석파정의 별채입니다.
고종황제가 잠을 청하던 곳이며, 주변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삼계동각자, 석파정, 너락바위 순으로 왕의 비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석파정 이전에 삼계동 정사라고 불리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암각입니다.
"이 곳에서 3개의 시냇물이 만난다." 하여 삼계동이라 이름지었습니다.
항간에는 바위에 새겨진 글씨가 철종의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큰 거북이 형상의 바위에 삼계동(洞溪三) 각자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거북이는 장수와 재운의 상징으로 용, 봉황과 함께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조선시대에 고위 관리나 왕족은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의복에 흉배를 부착하였습니다.
흥선대원군은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는 기린을 수놓아 흉배로 사용했는데, 대원군 실각 후 고종의 집정시기에 거북 흉배로 바꾸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단풍을 바라보는 누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한국의 정자와 달리 바닥을 화강암으로 마감하고, 기둥에 꾸밈벽과 지붕을 청나라풍으로 꾸몄습니다.
석파정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너럭바위는 그 형하여 '코끼리 바위로 불립니다. 또한 아이가 없던 노부부가 이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어 득남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며 '소원바위라 불리기도 합니다. 크기를 가능할 수 없는 거대한 바위는 인왕산이 가진 웅장함을 잘 보여줍니다.
비는 쉽게 그치지 않고 한줄기가 되어 폭포를 이루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신비로운 풍경은 '물과 구름이 감싸 안은 집' 그 자체였습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전시회 방문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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