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관람정보
2. 관람후기
관람정보
최초의 대규모 동아시아 불교미술 젠더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는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젠더 관점에서 조망하는 최초의 대규모 기획전입니다.
동아시아 불교미술품을 통해 '불교미술 속 여성'과 '제작과 후원의 주체로서 여성' 두 주제를 조명합니다.
여성의 염원, 고뇌, 공헌에 주목하며 전통 속에서 동시대적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 2024.03.27.(수) ~ 2024.6.16.(일) 🕙 10:00 ~ 18:00 (*월요일 정기휴무) 🎧 오디오가이드 무료 (큐피커앱) 🔍 도슨트 14시, 16시 💼 물품보관함 무료 🎫 14,000원 (*예매 필수) 🅿 주차가능 📍 호암미술관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562번길 38) 🌐 https://www.leeumhoam.org/hoam |
관람후기
호암미술관은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있는 미술관입니다.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이곳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어 편하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 티켓이 있으면 전통정원 희원도 함께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매화꽃이 가득한 희원을 보니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합니다.
평일 오후 기준으로 대기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꼭 예매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들어가는 분위기였습니다.
티켓 예매는 호암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티켓을 반값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굿즈는 호암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태극당 호암미술관점에서는 전시와 연계한 테마 메뉴를 전시기간 동안 즐길 수 있습니다.
전시는 제1부, 제2부로 나뉘며 전시실 1층 왼쪽부터 시작합니다.
전시 1부는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인간, 보살, 여신으로 나누어 살펴봄으로써 지난 시대와 사회가 여성을 바라본 시선을 이야기합니다. 전시 2부에서는 찬란한 불교미술품 너머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여성을 조명합니다.
제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
· 부처와 보살은 남성 혹은 성별을 초월한 존재지만, 그보다 위계가 낮은 천신(天神)에게는 남녀의 구별이 있습니다.
·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살펴봄으로써, 지난 시대와 사회가 여성을 바라본 시선을 이야기합니다.
1-1. 여성의 몸 : 모성과 부정
여성은 동아시아 불화 속에서 양면적으로 등장합니다. 가장 빈번하게 재현된 유형은 '어머니'로, 역사적인 여성 중에서는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은 집착과 정념의 근원으로 간주되어 부정적으로 그려졌습니다.
〈팔상도, 도솔래의 상〉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압축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팔상도의 첫 장면은 석가모니의 탄생을 그린 <도솔래의상> 입니다. 마야부인의 태몽과 잉태를 중심으로 석가모니 일생의 첫 장면을 표현한 이 작품은 불교의 기나긴 역사의 시작점에 어머니 마야부인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팔상도, 비람강생상〉
두 번째 폭인 <비람강생상>은 석가모니의 탄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는 높게 친 장막 안에서 출산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팔상도, 수하항마상〉
여섯번째 폭인 <수하항마상>은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얻기 직전과 직후의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마왕의 명을 받은 세 명의 아름다운 천녀가 석가모니를 유혹하려 다가오는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석가모니는 모든 방해를 극복하고 깨달음에 이릅니다.
〈팔상도, 쌍림열반상〉
마지막 폭인 <쌍림열반상>에서는 열반의 순간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마야부인은 석가모니를 낳고 며칠 되지 않아 숨을 거두었으며 도솔천에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미 관에 들어간 석가모니는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로하고자 다시 관에서 나와 설법을 하고 있습니다.
〈석가탄생도〉
조선 초기에 편찬한 불전도 세트의 일부로 추정되는 일본 혼가쿠지 소장 <석가탄생도>와 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소장 <석가출가도>가 최초로 함께 전시됩니다. 석가모니를 낳은 위대한 어머니이자 왕후였던 마야부인의 모습으로부터 조선 초기 왕실 여성들의 권위와 이상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석가출가도〉
석가출가도는 석가모니가 왕궁을 떠나 태자의 삶을 그만두고 수행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분기점인 '출가'를 표현한 그림입니다. 황색 지붕의 전각 안에서 석가모니의 아내인 태자비 구이가 남편이 출가했음을 알아차리고 시녀들 앞에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이모육불도〉
석가모니의 어머니 대애도는 출산 후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둔 야부인을 대신하여 석가모니를 양육했습니다. 그녀는 최초의 여성 출가자로 중요하게 기억되지만, 양육자로서도 재현되었습니다.
〈시왕도〉
시왕도는 저승의 심판관인 열 명의 왕을 그린 그림으로, 이 작품은 열 폭 세트 중 하나로 남송대 중국에서 그려졌습니다. 화면 가운데 왕 앞에서는 막 선고를 받은 여인이 끌려 나가고 있습니다. 형틀을 쓴 여인은 아마도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지옥으로 향하게 될 듯합니다. 자그마한 아기가 끌려 나가는 엄마의 옷을 붙들고 있습니다.
〈감로도〉
끝없는 윤회의 고통을 벗어나 해탈에 이를 수 있게 해주는 불교 의식을 그린 불화입니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두건을 쓴 비구니들은 직접 행사에 참여하며 불교 교단 내에서 존재감과 역할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구상도〉
물리적 육체에서 벗어나는 아홉 가지 단계를 통해 집착과 정념을 끊어내는 수행을 표현한 작품입니다.세로로 긴 화면에 아홉 단계의 시신을 계절의 흐름을 보여주는 식물과 함께 지그재그로 배치해 그렸습니다.
1-2. 관음 : 변신과 변성
불교에서 관음보살은 여래가 지닌 자비심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관음보살은 구원을 요청하는 중생의 소리를 듣고, 이들을 구제하려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납니다. 동아시아의 관음보살은 고대에는 인도와 마찬가지로 본래의 성별에 맞게 젊은 청년의 형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여성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며 10세기 이후의 중국에서는 여성형으로도 널리 재현되었습니다. 관음보살의 여성화는 여러 문화적인 요소가 오랜 시간에 걸쳐 융합되어 발생한 결과이며 그중 중요한 원인으로 자비를 모성적 가치로 인식한 중국 전통 사회의 관념을 들 수 있습니다.
〈금동관음보살입상〉
백제 시대의 보살상으로 1907년에 부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전시되는 작품으로, 보살은 화불이 새겨진 삼면보관을 쓰고 왼손에는 정병을 들었습니다. 옷의 문양과 주름까지 섬세하게 세공되었으며, 천의 자락이 배와 무릎에서 U자를 그리며 흘러내리는 표현은 중국 수나라의 보살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허리를 옆으로 살짝 비틀어 자세한 신체 비율은 중국 당나라 초기에 제작된 보살상을 연상시킵니다. 고대 동아시아에서는 인도와 마찬가지로 관음보살이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금동 십일면천수관음보살 좌상〉
천수관음보살은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힘을 천 개의 팔로 극대화한 존재입니다. 이 신앙은 동아시아 각국으로 퍼져 나가 관음 신앙의 중요한 부분으로 발전했습니다. 한 여인이 자신의 눈 먼 아이를 위해 분황사의 천수관음보살 벽화에 기도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은 한국 천수관음신앙의 긴 역사를 말해줍니다. 그러나 천 개의 팔을 그리고 만드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에, 그림과 상으로 재현된 천수관음보살은 대부분 42개의 팔을 가진 모습으로 묘사되며, 이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갖가지 물건을 진 42개의 팔과 11면(마흔 두 개의 팔과 열 한 면)의 얼굴이 정교하게 묘사된 이 상은 고려시대의 천수관음보살상으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목조 여의륜관음보살 좌상〉
여의륜관음보살은 일본에서 여성들을 돕는 관음보살로 널리 믿어졌습니다. 이 보살은 '여의륜’이라는 이름이 뜻하는 여의보주와 법륜을 손에 진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이상은 그 대신 보주와 법륜 모양 장식이 달린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에도 시대에는 마을의 여성들이 매달 19일 밤에 모여 안전한 출산과 자녀의 건강을 함께 기원하는 의식인 십구야강이 널리 행해졌습니다. 이 상의 바닥에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에도 시대인 1693년, 한 비구니의 주도로 여성들이 함께 발원한 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여의륜관음보살상은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들의 구제자로, 십구야강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월관음보살도〉
고려시대에 그려진 불화인 수월관음보살도는 선재동자가 보타락가산의 관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13세기에 그려졌으며, 관음보살은 달이 뜬 고요한 밤에 물 위로 솟은 암반 위에 풀방석을 깔고 가부좌하고 있습니다. 관음보살은 자신을 찾아온 선재동자를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또한, 화면 가장 아래에는 관음보살이 각종 고난을 겪는 중생들을 구해주는 이야기들이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수월관음보살도〉
조선시대 초에 그려진 수월관음보살도는 관음보살과 그를 찾아온 선재동자가 그려진 점에서 다른 수월관음보살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관음보살의 눈길이 화면 오른쪽 아래의 선재동자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독특합니다. 관음보살의 시선 끝에는 세 명의 여인들이 있습니다. 꽃무늬 자리 위에 무릎을 꿇고 합장한 여인은 머리와 의복이 화려해 꽤 신분이 높은 여인으로 보입니다. 이 여인은 남양홍씨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 구석에는 붉은색 칸에 진양강씨와 남양홍씨라는 두 여성이 이 그림을 시주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그중 남양홍씨는 조선의 제2대 임금 정종의 아들 금평군의 아내입니다. 이 그림을 시주한 높은 신분의 여성들은 마치 화면 속 여성 예배자처럼 관음보살을 직접 만나 예배를 올릴 수 있기를 소망했을 것입니다.
〈어람관음보살도〉
중국의 어떤 마을에서 무도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생선을 파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나타난 관음보살이 있었습니다. 관음보살은 마을 사람들을 제도하고 불법을 전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경전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중국에서 남송대 이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람관음은 생선 바구니를 든 관음이라는 뜻으로, 이 이야기 속의 관음보살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림에서 맨발의 젊은 여인으로 표현된 어람관음은 왼손으로 치마자락을 살짝 들어올리고 있습니다. 세속 여인들이 입을 법한 옷 아래로 관음보살의 장식이 드러나 있어, 관음보살이 여인의 모습으로 중생들 앞에 나타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송자관음보살도〉
송자관음은 중국에서 널리 믿어지는 관음보살입니다. 그림 속의 중년 여성은 털이 북슬북슬한 금후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으며, 품에 안긴 아기는 관료들이 착용하는 허리띠를 두르고 손에는 관인을 쥐고 있습니다. 옛 중국 사회에서는 남성이 가문을 이을 수 있었고, 또한 남성은 관료로 출세하여 녹봉으로 생계를 책임지거나 가문을 빛낼 수 있었기 때문에 아들을 낳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송자관음보살의 그림 앞에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올렸을 것입니다.
〈일엽관음보살도〉
일엽관음은 일본의 황녀이자 비구니인 동시에 뛰어난 예술가인 쇼잔 겐요가 그린 그림입니다. 이 작품에서 일엽관음은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연꽃잎 한 조각을 타고 바다 가운데에 떠 있습니다. 쇼잔 겐요는 이 그림 외에도 천 점 이상의 관음도를 그렸으며 몇 천 점의 관음상도 조성했습니다. 관음의 형상을 끊임없이 만드는 일은 쇼잔 겐요에게 종교적 수행과 같았을 것입니다.
〈백자 송자관음보살 좌상〉
18세기 중국 청나라에서 만들어진 송자관음 조각상은 아이를 원하는 이들에게 아이를 보내준다는 믿음으로 유명합니다. 이 조각상은 바위에 우아하게 앉아 있으며, 바나나 잎을 흔드는 아이를 무릎에 두지 않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17, 18세기 중국 복건 지역의 덕화요에서 제작된 백자 관음보살상입니다. 덕화요는 다양한 인물형과 동물형 백자를 제작하여 널리 유통했습니다. 이 관음보살상은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며, 손끝, 발끝, 눈꼬리, 입꼬리, 장신구의 섬세한 표현과 깨끗하고 따뜻한 유약의 빛깔,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옷의 주름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관음보살상은 예배나 감상의 대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백자 성모자 입상〉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표현한 덕화요 백자입니다. 두 인물의 곱슬머리와 의복을 살펴보면 유럽인의 모습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7, 18세기 중국의 덕화요에서 만들어진 백자는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성모자상도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1-3. 여신들의 세계:추앙과 길들임 사이
불교의 여신들은 부처와 그 가르침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겨지며, 남신이나 여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닙니다. 고려시대의 마리지천상은 한국 불교 속 여신 신앙의 일면을 보여주며, 중세 일본 불화에는 강력한 힘의 소유자이자 아름다움과 기예의 현현으로 인식된 여신들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잡아 먹는 귀녀에서 모성의 여신으로 변모한 귀자모의 이야기에서는 여성을 교화시키고 길들여야만 하는 존재로 바라본 과거의 차별적 시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은제 마리지천좌상〉
고려시대 사람들은 은제 마리지천상을 부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마리지천상은 여러 무기를 들고 멧돼지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전시되었습니다. 이는 불교 경전에서 설명하는 마리지천의 모습과 부합합니다.
〈보현보살십나찰녀도〉
흰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의 주위를 여러 명의 여신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여신들은 열 명의 나찰녀입니다. 보현보살과 나찰녀들은 모두 <법화경>에 등장하는 존재로, 불교 경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찰녀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난폭한 귀신이었으나 부처의 가르침에 교화되어 신앙하는 이들을 수호하는 여신으로 변했습니다. 이 그림 속 나찰녀들은 중국의 귀부인과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며, 12세기 일본에서는 귀족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유행했습니다. 일본의 귀족 여성들은 자신들과 같은 성별의 나찰녀를 친밀하게 느끼고 수호신으로 의지했을 것입니다.
〈변재천십오동자도〉
일본의 신토 신앙에서는 ‘팔백만의 신’이 있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신을 숭배하며 불교 여신들과도 연결됩니다. 우가변재천은 불교의 복덕의 여신과 신토의 우가신이 합체된 존재로, 노인의 얼굴을 한 뱀이 머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열다섯 명의 동자들은 복덕신 우가변재천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며, 보주는 여신의 명을 중생에게 전달하는 상징입니다. 변재천은 음악의 여신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다길니천도〉
다산과 풍요의 여신 다길니천은 흰 여우를 타고 바다 위를 나는 모습을 그린 일본의 불화입니다. 다길니천은 본래 사람의 심장을 파먹는 악한 여신이었으나, 부처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사람을 보호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사람의 심장을 먹는다’는 다길니천 본래의 성정이 여우를 연상시켰기 때문인지, 일본 토착 신앙 속 여우신 '이나리’와 동일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다길니천이 머리에 쓴 관의 중앙에도 따리를 튼 뱀 위에 여우가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게발도〉
석가모니가 귀자모의 아들을 납치하여 발우에 가두었습니다. 지렛대를 이용해 투명한 발우를 들어올리려 애쓰는 병사들이 보이며, 귀부인 모습의 귀자모가 불안한 듯 지켜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석가모니는 귀자모에게 모든 아이가 귀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고, 귀자모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거듭났습니다.
제2부. 여성의 행원
· 전시 2부에서는 찬란한 불교미술품 너머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여성을 조명합니다.
·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주체로서 살고자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2-1. 간절히 바라옵건대 : 성불과 왕생
불교에서 여성들은 초기부터 출가하여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을 허용했으나, 여성의 성불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공존합니다. 중세 동아시아 여성들은 여성의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다는 차별적인 시선을 내면화하면서도, <법화경>에 나오는 여덮 살 난 용왕의 딸처럼 모든 제약을 뛰어넘어 부처가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여성 신자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꿈꾸었던 것은 내세의 극락왕생이었습니다. 이 같은 신앙은 아미타여래와 보살들이 임종의 순간 서방에서 내려와 망자를 맞이해 가는 모습을 그린 불화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고려시대의 법화경은 아시아의 불교도들에게 널리 읽히고 따라졌던 경전입니다. 이 중 네 번째 권은 여성이 부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몸에는 다섯 가지 장애가 있어 부처가 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용녀가 남성으로 변신하여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사경을 읽는 사람들은 여성이 성불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남자가 되어야 성불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르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진한국대부인 김씨는 마지막 제 7권에서 자신의 소원을 글로 남기며 이번 생에 여성의 몸으로 태어난 것을 한탄하고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기를 기도했습니다.
〈장곡사 금동 약사여래 좌상 복장물〉
복장물은 불상 내부에 넣은 신성한 물건을 의미합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사용되었습니다. 비단 주머니와 발원문도 함께 넣었습니다. 그중 하나에는 나이가 찬 여성들이 남자가 되게 해달라는 한 여성의 바람이 적혀 있어 흥미롭습니다.
〈유마불이도〉
이 그림은 중국 원나라의 화가 왕진붕이 그린 "유마경"의 한 장면입니다. 화면 중앙에는 꽃이 가득한 쟁반을 든 천녀와, 천녀가 뿌린 꽃이 부처의 제자 사리불의 옷 곳곳에 달라붙어 있습니다. 사리불이 꽃을 떼려 애쓰는 것을 보고 천녀는 꽃을 떼어 버려야 한다는 마음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에 꽃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 알려주었습니다. 사리불은 뛰어난 지혜와 신통력을 지닌 천녀에게 어째서 열등한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고, 이에 천녀는 사리불을 순간 여자로 바꿔 버림으로써, 존재의 본질에는 차이가 없다는 불이의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나전 국당초문 경함〉
고려시대에 불교 경전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나전 상자는 작은 나전 조각을 섬세하게 잘라 국화꽃과 닝쿨 무늬로 아름답게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1272년 원나라의 황후는 고려에 경전을 담을 수 있는 함을 제작할 것을 요구했고, 고려에서는 임시 관청인 '전함조성도감’을 설치하여 나전 상자들을 제작했습니다.
〈아미타여래이십오보살내영도〉
16세기 일본의 불화 '내영도’는 아미타여래와 보살들이 임종의 순간에 극락으로 가는 모습을 상상한 작품입니다.
〈아미타여래삼존도〉
중국 남송대의 불화 작품에는 아미타여래, 관음보살, 그리고 대세지보살의 삼존이 그려져 있으며, 연꽃을 그린 금빛 무늬로 여래의 옷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삼존은 둥근 광채로부터 열 개의 연꽃이 피어났으며, 각 연꽃에는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이는 불교 경전인 <관무량수경>에 따르면, 큰 죄를 지은 사람이 죽을 때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 말하면 극락 정토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나타낸 것입니다.
〈인로보살도〉
이 그림은 인로보살이라는 보살이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 세계로 인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불교를 믿었던 여성들은 이 그림 속 여성과 같이 죽은 뒤 보살이나 부처의 인도를 받아 극락 세계에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염원했을 것입니다.
〈은제 아미타여래삼존 좌상〉
이 삼존 불상은 중앙에 아미타여래, 우측에 관음보살, 좌측에 지장보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조합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초기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관음보살상 내부에서는 오백명 이상의 시주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발견되었으며, 하층민 여성이나 비구니의 이름도 여럿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동 아미타여래삼존 좌상〉
불교에서 아미타여래, 관음보살, 지장보살은 살아있는 현세나 죽은 후에도 구원을 받기를 바라며 함께 조합되는 신앙대상입니다. 이 조합은 경전에 없지만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초기에 불교도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었습니다.
〈다이마만다라〉
다이마만다라는 8세기에 일본 나라의 사찰 다이마데라에서 극락의 모습을 담아 직조한 자수불화입니다. 중앙에는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극락의 풍경이 그려져 있으며, 둘레에는 석가모니여래가 위제희부인에게 극락의 모습을 떠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이 그려져 있습니다.
2-2. 암탉이 울 때 : 유교사회의 불교여성
조선 시대에서는 불교를 엄격히 통제했지만 왕실 여성들은 불교를 적극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여성의 참여로 인해 불교 교단은 조선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품격 있는 불화와 불상이 조성되었습니다. 종교를 받들고 후손을 이어가는 것은 왕실 여성들의 중요한 의무였으며, 왕의 무병장수와 아들을 비는 이들의 발원에는 공적 측면이 있었습니다.
〈금동불상군〉
경기도 남양주 수종사에서 발견된 불보살상들은 자그마한 몸에 비해 커다란 머리와 통통한 뺨으로 귀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이 상들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으며, 가장 큰 비로자나여래상의 대좌 바닥에는 선조의 두 번째 왕비인 인목왕후가 중생들의 구제를 위해 이 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상들은 가족을 잃은 인목왕후의 고통과 불보살에 의지하며 그 고통을 치유하려 애썼던 그녀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목조 비로자나여래 좌상과 발원문〉
비로자나여래좌상은 장렬왕후에 의해 제작된 불상입니다. 이 불상은 함께 전시된 푸른 비단과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붉은 안료로 적힌 내용에 따르면 장렬왕후는 왕실 구성원들과 친정 가족이 극락정토에 왕생하기를 바라며 이 상을 조성했습니다.
〈궁중숭불도〉
조선 건국 직후 세워진 궁궐 안의 사찰, 내불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두 전각 안에는 청기와를 없는 전각이 두 채 있으며, 원쪽 전각 안에는 금빛 삼존불상이 모셔진 모습이 보입니다. 오른쪽 전각 안에는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감실이 불상과 함께 불단에 올려져 있습니다. 불단 앞에서 법회를 치르고 있는 이들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가사를 입은 비구니들입니다. 이 그림은 조선 왕실의 여성들이 유교 사회에서 불교의 명맥을 이었던 시기를 상상해볼 수 있게 합니다.
〈영산회도〉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가 석가모니여래의 설법을 그린 불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불화는 수렴청정과 섭정 기간 동안 불교 중흥을 위한 정책을 펼친 문정왕후의 기념비입니다.
〈석가여래삼존도〉
1565년에 양주 회암사 중건을 기념하여 문정왕후가 석가모니여래, 미륵여래, 약사여래, 아미타여래의 불화를 채색으로 50폭, 금으로 50폭 조성했습니다. 이 그림은 보물로 간직되었으며, 석가모니여래를 채색으로 그린 작품에서는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이 석가모니여래를 모시고 있습니다 .
〈약사여래삼존도〉
이 그림은 문정왕후에 의해 1565년에 조성된 400폭의 불화 중 한 폭입니다. 금선으로만 그려진 금선묘 불화로, 약사여래와 두 보살이 걸친 의복, 여래가 앉은 대좌가 섬세하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수월관음보살도〉
조선시대의 관음보살을 그린 불화입니다. 관음보살은 얇은 베일을 걸치고 있으며, 동그란 얼굴과 가느다란 눈설, 자그마한 눈코입이 왕실 여성에 의해 발원된 16세기의 불화들 속 불보살의 얼굴 표현과 유사합니다.
〈약사여래삼존십이신장도〉
성종의 누나인 명숙공주와 그 남편이 발원한발원한 불화 중 하나입니다. 이 그림은 약사여래, 일광보살, 월광보살의 삼존과 사천왕, 열두 신장이 그려져 있으며, 조선 초기 불화의 특징을 보여주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뽀족한 정수리가 특징입니다
〈제8평등대왕도〉
조선시대 불화 "지옥을 다스리며 망자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 중 여덟 번째 왕인 평등대왕"은 지옥에서의 심판 장면을 그린 작품입니다.
2-3. 여공: 바늘과 실의 공덕
자수와 바느질은 여성이 어릴 때부터 습득해야 하는 필수적인 미덕으로 간주됩니다.
불보살 형상을 수놓은 자수 불화는 깊은 신앙심과 정성으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머리카락으로 자수한 수불은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공양물로 여겨졌습니다.
〈자수 아미타여래삼존내영도〉
이 작품은 아미타여래와 관음보살, 대세지보살이 임종을 맞이한 이를 극락으로 데려가기 위해 마중 나오는 장면을 자수로 표현한 수불입니다.
〈자수 아미타여래삼존내영도〉
아미타여래삼존이 극락왕생할 망자를 맞이하러 나온 장면을 묘사합니다. 수 놓인 부분의 테두리와 위쪽에는 옛 인도 문자가 수놓여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자수 아자도〉
이 작품은 화면 중앙에 달처럼 둥근 원이 연꽃 위에 올려져 있으며, 이 원 안에는 대일여래를 상징하는 고대 인도의 문자 ‘아’ 자가 수놓여 있습니다. 이 작품은 중세 일본에서 불교 종파를 넘어 전 사회적으로 극락정토에 대한 신앙이 크게 발달하고 유행했던 분위기를 반영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머리카락으로 대일여래의 상징 종자를 수놓은 작품입니다
〈자수 불설무량수불경〉
이 자수 경전은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기념하여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전 제목은 <불설아미타경>이며, 아미타여래의 다른 이름인 '무량수불’의 '무량수’는 수명이 한없이 길다는 의미입니다. 황제가 장수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미타’를 '무량수불’로 바꾸었을 것입니다.
〈자수 가사〉
가사는 승려의 몸을 둘러 입는 직사각형 모양의 큰 천으로, 여러 천 조각을 꿰매어 만듭니다. 수행 기간이 긴 승려는 여러 개의 조로 구성된 가사를 착용하며, 이 가사는 티베트에서 전해졌습니다. 명나라 황실 자수 공방 여관들은 색색의 실을 이용하여 400체가 넘는 불좌상의 모습을 정교하게 수놓았습니다.
〈자수 가사〉
이 가사는 붉은 비단, 부채, 그리고 단풍나무 이파리로 장식된 화려한 천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천은 본래 일본 에도시대 무가 여성의 예복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세상을 떠난 여성이 극락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여성이 입던 아름다운 옷을 사찰에 시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옷은 죽은 이의 신체에 맞추어 만들어진 물건이며, 그 신체에 직접 닿았던 물건으로서 죽은 이를 대신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찰에 시주된 옷은 제단을 덮는 탁의나 승려들의 가사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송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복장물〉
1662년에 조선 후기인 경안군과 노예성이 참여한 목조 관음보살 좌상은 비단 저고리, 귀한 직물, 불교 경전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 상은 경안군 부부와 동료 나인들이 오래 살기를 기원한 작품입니다. 노예성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동아시아 불교미술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제공하는 전시회였습니다.
불교미술사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젠더 관점에 집중하여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신선한 전시였으며,
뉴욕, 독일, 일본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이 소장한 불교미술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동아시아 불교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이 전시회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추가로 함께 방문하면 좋은 서울 3월 전시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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