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1
벼르고 벼려왔던 스노우도니아 마운틴 트레킹을 하기로 결심했다.
한라산의 약 1/2 높이이기에, 한 나절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클란베리스에서 편도행으로 정상까지 향하고, 하산하는 길만 트레킹을 하면 좀 더 수월할 것 같았다.
▲ Llanberis Mountain Train Station
먼저 뱅거에서 클란베리스까지 버스로 이동 후, 기차표를 예매했다. <기차표 예매하기>
산 아래에서는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안개같은 구름만 잔뜩 껴 더 웅장함을 자아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복으로 결제했고, 창구의 직원조차 편도 확실하냐고 되물어봤다.
▲ Llanberis Mountain Train
▲ 정상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안개는 자욱해지고, 기차의 불빛만 어렴풋이 느껴졌다.
덜컹거리는 흔들림만 느껴질뿐, 밖은 신선세계로 온듯 뿌옇게 번져만 갔다.
정상에 도착하니, 한 치 앞도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폐는 이미, 차가운 안개가 가득 찬 듯 했고, 온 몸은 깊숙히 젖어 무거워져만 갔다.
사람들을 따라 발걸음을 움직이니, 날 것 그대로의 '정상(頂上)'이 보였다.
날씨가 흐려, 정상에서 조차, 아래를 훑어볼 수 없었다.
발길을 옮겨 정상의 쉼터(Hafood Eyri)로 간 후, 우선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였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산을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초행길에다 사전준비도 충분히 하지 않았기에, 무작정 발걸음 닿는 곳으로 하산했다.
중간에 길도 잃어버렸다. 앞도 보이지 않았고, 산 속이라 구글의 위치기반 서비스도 작동하지 않았고 통신망도 단절되었다.
▲ Snowdon
길을 헤매다 철조망을 맞닿아 뜨렸다.
철조망을 벗길 삼아 쭉 걸었다. 어느덧 철길이 나왔다. 철길 옆쪽으로 걸었다.
어디쯤인지도 몰랐다. 다만, 내려가고 있겠구나.. 라고 짐작만 했다.
다행히 등산하는 무리를 만났다. 서로 날씨 상태와 길을 물어본 후, 다시 발을 내디뎠다.
▲ Snowdon
산 아래로 점점 내려가니, 장막같던 안개는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자욱한 안개 속에 박혀있는 흰 색의 양들은 '웨일즈'의 무릉도원 같았다.
양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지그시 스노든의 이방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 Snowdon
다행히 산 아래에 도착했다.
구글의 2시간 30분 경로와 달리, 그 보다 많은 시간을 안개 속에서 보냈다.
당시 철조망이 나오고 낭떠러지가 나왔을 때, '고립감'과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난 안개속의 한 개의 점에 불과했고, 양들과 달리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두려움 속에 배고픔이 눌려져 왔었는지, 산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허기짐'을 느꼈다.
웨일즈 광부들이 즐겨먹었던, 전통 웨일즈식 고기파이를 먹었다. 무척 든든했다.
배를 채우고 나오던 찰나, 도로 위의 양을 목격했다.
여전히 난 하나의 점이었고, 긴 트래킹은 계속될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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