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가장 기대했던 곳이 바로 국립고궁박물원입니다.
CNN이 선정한 ‘대만에서 꼭 봐야 할 4대 명소’ 중 하나이자,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그 명성만으로도 설레는 곳입니다.
부모님과 함께한 특별한 도슨트 투어
고궁박물원은 워낙 방대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서 어떻게 관람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까 고민했지만, 부모님과 함께 가는 만큼 발걸음을 맞추고 설명도 쉽게 들을 수 있는 한국인 도슨트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대만 관광청 공식 자격증을 가진 도슨트분의 상세한 설명 덕분에 박물관이 한층 더 흥미롭고 풍성하게 다가왔습니다.
이건 정말 #내돈내산 추천입니다.
주말이었고 오후에는 비 소식도 있어 비교적 한산할 오전 10시로 예약을 했습니다.
타이베이역이나 시먼딩에서 이곳까지 이동은 넉넉히 1시간 정도 잡으면 여유롭습니다.
입장 준비
입장권은 가이드님께서 일괄로 구매해주실 수 있어서 별도로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입장이 필요하신 분들은 별도로 티켓을 구입해서 투어에 참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선 락커룸에 짐을 맡겼습니다.
별도의 동전을 넣을 필요도 없고 여행용 캐리어도 보관할 만큼 사이즈가 큰 락커도 있었습니다.
락커 이용은 별도의 입장권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했습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유물 여행
관람은 3층부터 2층, 1층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전시는 테마가 아니라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 청동기 시대의 미학 — 305 전시실
처음 도착한 곳은 청동기 유물이 가득한 3층입니다.
상대적으로 자유여행객들은 잘 들르지 않는 곳이라 조용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고대 중국 신화와 밀접한 문양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도철문: 몸통 없는 괴수 얼굴이 새겨진 문양.
- 용문양: 몸통과 얼굴이 모두 있는 용 조형.
이 유물들은 대부분 장제스가 본토에서 옮겨온 70만 점의 보물 중 일부로, 이 중 약 2천 점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도철의 얼굴이 새겨진 청동기는 처음 보는 순간부터 묘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 주나라와 춘추전국시대 — 청동 속에 새긴 역사
주나라 시대에 접어들면 청동기에 문자가 새겨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신(神)이 아닌 왕이 지배하는 시대를 상징합니다.
유물 '散盤'에는 전쟁 합의서부터 영토 분할 협의문까지 기록이 청동에 새겨져 있습니다.
유물의 가치는 단순히 오래된 것만이 아니라, 글자가 새겨져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특히 송호라는 가문에서 만든 술통 안쪽에 새긴 글자는 왕에게 하사받은 기쁨을 자랑하듯 남겨 놓았는데, 이 시절 유물 속 권력자들의 ‘플렉스’가 묻어납니다.
글자는 유물 뒤 벽면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 공화 시기
주나라 말기, 공화시대에 들어서면 청동 악기들이 등장합니다.
편종(악기)는 국가 별로도 제작법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중국은 종의 크기로 음을 만들고, 우리나라는 두께 차이로 음을 만드는 차이가 있습니다.
3층 관람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모공정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글자가 새겨진 청동 유물로 평가받으며, 고궁박물원 3대 보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모공정은 주정공의 노고를 기록으로 남긴 유물입니다.
주려왕이 세금을 많이 걷는 등 폭정으로 백성들을 힘들게 하자 기원전 841년 최초의 민중봉기가 발생했습니다.
왕(주려왕)은 아들(주선공)도망갔고 이때 주정공(주선공의 삼촌)과 소목공이 공동정치를 대행하는 공화시기가 시작했습니다.
이후, 주선왕(周宣王)이 왕위에 올라 정권을 이양받으며 공화 시기의 섭정이 끝나고 주선왕이 정식으로 왕권을 회복하였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종말
'서주 - 동주 - 춘추전국시대'는 진시황의 등장으로 막을 내립니다.
진시황은 가장 먼저 단위(도량형)를 통일하고자 했고, 그 첫해에 저울 등에 글자를 새겨 전국으로 보급시켜 단위를 통일시켰습니다.
옥으로 새겨진 황제들의 세계
3층 옥 전시관으로 이동하면 그야말로 화려함의 절정을 만납니다.
신석기 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옥으로 만든 수많은 유물들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치옥백채(옥배추)는 유물적 가치는 낮지만 인기투표 1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청백은 청렴과 순결을 뜻하고, 여치와 메뚜기는 다산의 상징으로 예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옥형석(동파육 바위)은 치옥백채와 함께 국립고궁박물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물 중 하나입니다.
지금 다른 곳에 전시가 되어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자리를 국보 '건륭제 옥쇄'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청나라 건륭제가 장수를 기념하여 만든 인장으로, 자신이 70세와 80세가 되었을 때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건륭제는 장수와 번영을 신의 은혜로 여겼고, 그래서 이러한 대형 옥새를 제작하여 축복과 권위를 상징했습니다.
자그마치 신석기 시대에 옥으로 만든 유물이다.
玉璧(Jade Bi Disc)은 제례나 의례에, 鳥形 玉珮(Jade Pei Pendants in the shape of bird)는 장신구로 사용되었다고 추정됩니다.
신석기 시대의 옥비로 고궁박물원 7가지 국보 중 2번째이다.
재밌는 점은 건륭황제가 유물에다가 글자를 새겼는데 방향을 거꾸로 새겼다.
최초의 용 문양으로 일컫어지는 요하문명 유물로 옥으로 만든 최고의 귀걸이입니다.
옥저용, 옥웅용이라 불리며 돼지 또는 곰으로 함께 불리기도 합니다.
한나라 시대의 부장품이다.
매미가 땅 속에 있는 점에서 환상/재생을 연상하여 매미를 닮은 부장품을 넣었습니다.
돼지는 번창을 의미하며 금박을 씌운 점이 인상적입니다.
북쪽에서는 '벽사', 남쪽·홍콩에서는 '비사'로 부르는 용왕의 아홉번째 아들입니다.
용왕은 아들의 아무데다가 일을 보는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아들을 걷어찼는데, 하필 똥구멍이 막히게 되었다.
그래서 재물을 먹어도 배설이 안된다고 하여 이에 착안하여 중화권에서는 재물과 유물을 부른다고 생각한다.
얼굴 방향이 창문방향을 향하고, 엉덩이가 사무실 또는 집안 쪽을 보게 합니다.
동남아에서느 사자문양으로 많이 변했으며 싱하 맥주의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건륭제가 글자를 새긴 유물로 당시에는 신석기 유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후, 후대 학자들이 분석을 해보니 청나라 때 만들어진 가짜 유물이라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물적 가치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입니다.
중일전쟁 기간 중 왕징웨이(汪精衛)는 만주사변을 보고 일본괴뢰정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옥 병풍을 일본 천황에게 헌납했고, 이후 일본이 패망하자 대만정부가 요구해서 다시 회수한 걸로 유명합니다.
도자기에 새겨진 궁극의 아름다움
고궁박물원의 도자기 컬렉션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다양한 도자기 중 핵심적인 유물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누에고치를 형상화해서 만든 부장품으로 '재생'을 상징합니다.
녹색 유약을 써서 만든 도자기로 청동기를 모방해서 만든 도자기입니다.
송나라 최고의 여요청자입니다.
균열이 필연적임에도 안보이기 때문에 최고로 여겨지는 청자입니다.
명나라 최고의 청화백자 투채입니다.
'투채'는 두 번 구워서 색들이 겹쳐서 싸우듯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명나라 8번째 황제때의 투채가 최고의 도자기 공예로 손꼽힙니다.
청나라 대표 도자기로 7~9가지 색으로 표현한 아름다움을 표현했습니다.
도자기에 법랑기법을 사용하여 화려합니다.
점점 기술이 발전하며 색은 21가지까지로 발전하였고 더욱 가벼워졌습니다.
건륭제는 서양의 니즈를 반영해서 색깔도 다채롭게 사용했고 그림도 점점 화려해졌습니다.
이때부터 도자기는 "CHINA"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건륭제의 최고 작품중 하나로 건륭제의 의뢰를 받고 8년 동안 만든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도자기를 여러개 파트로 만들어서 조립한 제품으로 구조적으로 깨짐이 방지되어 있고 국보급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모자를 올려 놓는 향로로 안에 향초를 켜고 모자에 은은한 향을 냈다고 합니다.
청·명대의 생활과 사치품들
1층으로 내려오면 황제와 황후들이 사용한 특별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상아를 통으로 만든 상아탑으로 매층마다 부처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하나의 상아 덩어리를 깎아 만든 다층 상아 조형입니다.
겉에서 보면 여러 개의 얇은 구체가 층층이 안에 들어가 있는데, 각각 독립적으로 회전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덩어리에서 내부 구를 따로따로 깎아내는 기술은 ‘투조 기법’이라 불리며, 특별한 갈고리 모양 도구를 사용해 외부에서 안쪽까지 깎아 만듭니다.
보통 청나라 시기에 제작되었으며, 장인의 뛰어난 솜씨와 복잡한 구조로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상아구는 황실의 권위를 상징하거나 외국 사절에게 기술력을 보여주는 선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올리브 씨앗 조각은 손톱만 한 작은 올리브 씨앗에 수십 명의 인물과 배의 세부 구조를 정교하게 새긴 작품입니다.
청나라 시기 장인이 확대경 없이 조각했으며, 한 알의 씨앗에 복잡한 장면이 모두 표현되어 장인의 놀라운 섬세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소상팔경 조각 배'가 대표작으로, 전체 글귀까지 새겨져 있습니다. 극도로 미세한 조각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품입니다.
뮤지엄샵
관람을 마치고 뮤지엄샵으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기념품 가게라기보다 유물의 감동을 간직할 수 있는 아트샵에 가깝습니다.
머그컵, 자석, 엽서까지 감각적인 디자인의 소품들이 가득했습니다.
박물관 방문의 마지막까지 만족스럽게 채워준 공간입니다.
국립고궁박물원은 단순히 오래된 유물을 보는 곳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흐름을 직접 걸어가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만에 다 보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전시 규모에 다음에 또 여유를 갖고 한 번 더 찾고 싶어졌습니다.
대만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이곳만큼은 반드시 코스에 넣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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