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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1년, 본인 티스토리 블로그에 게시한 글을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그 당시 느낌을 살리고자, 과거에 작성했던 텍스트는 거의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1. 계획 (cycling route)

Paris → Mormant → Provins → Troyes → Les Riceys → Baigneux-les-Juifs → Dijon → Geneve

 

기간은 총 13일 내외로 계획했다.  

약 500~550 km. 

하루에 100 km를 밟는 누군가에게는 일주일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초보자인 우리에게는 힘든 도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퀴는 디종(Dijon)에서 멈췄다.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후련하기도 하고, 다음이란 기회를 보게 해줘서 나쁘지만은 않다.

 

2. 모흐멍 (Mormant)

▲ Paris to Mormant

 

2011-08-05

 

블로그 기록을 보니, 우리는 늦은 오후에 파리에서 출발했기에 어느 캠핑장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모흐멍으로 출발했다.

중간여정은 생략되어 있지만, 악천후와 날이 급격하게 어두워져서 우리는 모흐멍(Mormant)이란 도시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 모흐멍에서의 아침

2011-08-06 

 

다음날 아침, 사진으로만 보면 한 없이 상쾌해보이는 아침이지만 알고보면, 놀이터에서의 노숙이다. 

전 날 캠핑장에서 너무 편하게 자서 어딜가든 유럽에는 캠핑장과 INN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있었다. 

게다가 프랑스에 이주 온 스리랑카인이 친절하게 길도 알려주고 직접 안내까지 해줘 환상은 극에 달았다. 하지만...

 

전날 밤은 이랬다. 쭉 달렸지만 이전 도시에서도 캠핑장은 없고 INN은 폐업상태였다. 

프랑스가 비록 21시 30분 정도 되서 깜깜해진다지만, 이미 밤은 깊어갔고 어느 정도 불안감도 엄습했다. 

결국 마지막 바퀴 닿는 곳은 Mormant 였다. 

현지인에게 캠핑할 곳이 있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골목골목 깊숙히 들어가 잔디밭인 주차장을 안내해준다. 무슨 불도 안 들어오고..

분명히 그 사람은 친절이었지만 몸과 정신이 이미 피폐해진 상태여서 의심과 두려움은 극에 달았다. 

그래서 결국 가로등 있고   그나마 사람들 왕래가 조금 있는 공원에 가서 텐트를 쳤다. 

경찰이 오기를 기대도 해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 밖에서는 알 수 없는 남녀의 말소리와 고성만 자꾸 오갔다. 

혹시 모를 일이 있을 수도 있기에 맥가이버 칼을 손에 꼭 쥐고 잤다. 

 

여튼 잘잤다. 밤은 무사히 지나갔고, 언제 일이 있었냐는 듯 상쾌한 유럽의 공원만이 우리를 반겨줬다.

참 값진 경험이었다. "유비무환"일 수도 있지만 "공포와 두려움은 인간을 성장시킨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 모흐멍 (Mormant) 마을지도

분명 우중충한 하늘과 미지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옭아매었을 것이다.  

 

▲ 모흐멍에서의 다음 여정길

비가 갠 후의 하늘이라 극적이다. 

'새옹지마'란 단어가 절로 나오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