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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


뱅거의 3월은 살짝 들떠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슬슬 봄내음이 난다.

찾는 이가 없는 오래된 도서관은 조용하고 참 좋다.


따뜻한 햇볕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인생은 여행임을 확신한다.

어느덧 뱅거에 온 지 거의 반년이다.





중국인 문화체험에서, 새해맞이 이벤트를 하였다.

복을 쓰고 거꾸로 매단다.

언어유희를 이용한 풍습이다. (아래 사설참고)


그런데, 생각보다 한자를 못쓰는 중국인이 많아서 놀랐다.

예전에 학교에서 서예수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중국은 왜 福자를 거꾸로 붙이나[각주:1]


새로운 한 해가 오고 만물이 소생함을 상징하는 입춘이 오면 중국인들은 집 앞 대문에 ‘춘련(春聯)’이란 것을 붙인다.

‘춘첩(春貼)’ 혹은 ‘문대(門對)’, ‘대련(對聯)’, ‘대자(對子)’ 라고 부르기도 하는 우리나라에서 입춘에 ‘입춘대길’의 춘련을 써서 붙이는 것과 비슷한 문화인데, 고대로부터 중국 한족은 이 춘련을 써 붙여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역할을 하게 해왔다.

요즈음은 입춘에 붙이는 사람은 거의 없고 춘절 즉 새해 첫날에 붙이는 경우가 더 많아 중국인들의 설날 즉 춘절 새해맞이의 중요한 풍습으로 자리 잡은 문화다.

새해를 맞아 집안 가장은 먹을 갈아 붓을 들고 중국인들이 그리도 좋아하는 붉은색의 종이에 새로운 한해의 염원을 댓구로 써서 문의 양쪽에 붙이고, 위에는 가로로 ‘횡비(批)’ 라고 부르는 일종의 제목 같은 의미로 글을 붙이는데, 한가운데는 보통 한 글자로 ‘복(福)’이나 ‘춘(春)’을 붙여 마무리한다.


그런데 가운데 자리 잡은 이 福자나 춘 자가 바로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붙은 것이 대부분이라 설마하니 한자를 쓰는 나라에서 싯구를 대련으로 써서 붙이는 수준의 사람이 한자를 잘 몰라서 거꾸로 붙인 것은 아닐 테고 문화권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릴 일이다.

혹자는 福이 뒤집혀서 쏟아지라고 그리한 것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福이 하늘로 올라가지 말고 내 집에 내 땅에 뿌리박기를 염원하는 것이라고도 하지만 사실은 언어유희에서 기인한 습관이다. 중국어로 ‘뒤집혔다.’ 라는 말은 ‘따오(倒)’라고 하는데 이 말이 ‘도착하다’ ‘와 닿았다’ 는 의미의 ‘따오(到)’와 발음이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이 뒤집혔다’ 는 말이 ‘복이 왔다’ 라는 말로 들리기에 어서 오라는 염원을 담아서 글을 거꾸로 붙이는 것이다. 사람을 찾는 광고나 구인 광고도 사람 인(人)자를 거꾸로 붙여놓았음은 사람을 찾는 광고에서는 어서 오라는 바램이요 구인광고상에서는 ‘급구’로 해석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 풍습으로 인하여 매물 전단도 거꾸로 붙어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어서 임자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춘련을 붙여야만 새로운 한해의 운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하여 대문에만 붙이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차 대문에 붙이는 ‘가문대(街門對)’ 외에도 집안 경내의 건물 입구에 붙이는 ‘옥문대(屋門對)’까지 붙이는데, 지금은 이도 모자라 현대식 구조물의 가정 내 방문마다 붙이는 사람들도 있다.

근자의 중국 춘절에는 직접 쓴 글씨보다는 인쇄된 춘련을 사서 붙여놓은 것이 대부분이라 세월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 새학기 맞이 공연




좋아하는 학교 근처길이다. 

뱅거 시내로부터 학교까지, 숲속을  거니느 느낌이다.

노란 꽃도 봄이 온걸 아는지, 예쁘게 피어난다.



▲ Bangor Pier


바다가 보고 싶은 날은 학교 근처 Bangor Pier에 간다.

한국의 바닷물과는 다른 빛깔의 바다색


이곳에 가만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1.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4&nNewsNumb=20150216561&nidx=1655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