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현지인이 추천하는 근대문화 역사탐방코스
시간을 따라 걷는 길, 수원 제1코스 "신작로 근대를 걷다"
도시는 시간이 흘러도 이야기를 간직합니다.
문득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익숙한 도시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테니까요.
그래서 발걸음을 옮긴 곳이 바로 수원 제1코스 "신작로 근대를 걷다".
약 3.9km, 천천히 걸으면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는 이 길은 수원의 근대사를 품고 있다고 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길 위에 섰습니다.
공방거리: 손끝에서 시작된 예술
길의 시작은 공방거리였습니다.
아기자기한 공방들이 줄지어 서 있고, 문을 들여다보면 정성과 손길이 담긴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전통 도자기부터 천연 비누, 목공예까지 작은 것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했죠.
문득 도자기를 빚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은 그저 눈으로 즐기기로 했습니다.
공방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시작이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팔달사: 마음을 다독이는 고요함
조금 걷다 보니 도심 속 사찰 팔달사가 보였습니다.
1917년 금강산 유점사의 윤홍법당 스님이 설립했다는 이 사찰은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단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마음속 먼지가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잠시 멈추어 마음을 비우기엔 이만한 곳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대한성공회 수원교회: 시간을 담은 고딕 건축
걷다 보면 눈에 띄는 웅장한 건물이 있습니다. 대한성공회 수원교회인데요.
고딕 양식의 이 건축물은 1904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수원의 근대사를 간직하고 있는 상징 같은 곳입니다.
예배당 안팎이 모두 단정하고 고풍스러웠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곳에서 지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원 구 부국원: 아픈 역사의 흔적
이어서 도착한 수원 구 부국원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일본인 회사로, 종자와 종묘 등을 팔며 농업 수탈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건물은 그때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고, 무겁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공간에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었죠.
구 수원시청사와 수원문화원: 행정과 문화의 중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구 수원시청사와 수원문화원을 마주하게 됩니다.
1956년에 준공된 구 수원시청사는 1987년까지 수원시의 행정을 책임지던 곳입니다.
바로 옆의 수원문화원은 조선중앙무진회사 사옥으로 시작해 한국전쟁 때 임시 시청으로 사용되었죠.
지금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며 보존되고 있는데, 당시의 흔적과 현재의 용도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수원 향교: 고려의 시간을 품은 공간
수원 향교에 도착했을 땐, 문득 시간이 훌쩍 과거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1291년 고려 충렬왕 때 설립된 후 1789년 정조대왕이 화성을 축조하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한옥 건물 사이를 천천히 걸으니 옛날 유생들이 학문을 익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가을엔 단풍이 아름다워 더욱 고즈넉하다고 하니 그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수원시민회관: 예술이 머무는 공간
조용히 걸음을 옮기다 보니 수원시민회관이 나타났습니다.
1971년에 개관한 이곳은 경기도 최대 규모의 문화시설입니다.
현재는 수원시문화센터로 활용되며,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회와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죠.
도시 속에서도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공간이라니, 새삼 이곳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매산초등학교: 근대 교육의 출발점
이어진 길 끝에는 오래된 학교 매산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1906년 일본인 자녀를 위한 '수원거류민소학교'로 시작된 이곳은 광복 후 '수원매산국민학교'를 거쳐 1996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들이 당시의 역사를 짐작하게 했고, 그 시간들이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인쇄소 골목: 번성했던 근대 산업의 흔적
인쇄소 골목은 1918년 일본인이 설립한 수원인쇄주식회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70년대까지도 수원의 인쇄업 중심지였던 이곳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쇠퇴했지만, 골목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들은 여전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과거 이곳에서 찍혀 나왔을 수많은 인쇄물들이 어디로 흘러갔을까 상상하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수원역과 급수탑: 도시의 시간을 이어주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수원역. 과거 전통 한옥을 닮은 외관에서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수원의 교통 중심지로 사랑받는 곳입니다.
그 옆에 서 있는 수원역 급수탑은 1930년대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시설로, 과거를 조용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품은 두 장소에서 발길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니,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교차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걷는 내내 시간이 흘렀다
"신작로 근대를 걷다"는 그저 발걸음을 옮기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수원의 과거와 오늘이 교차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가볍게 걷고 싶을 때, 역사를 느끼고 싶을 때, 혹은 그 둘을 모두 누리고 싶을 때,
이 길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주말에 한 번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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